‘삼성 왕조’ 주역 차우찬
FA로 LG 이적 후 부상
방출 후 최저 연봉 계약

“실력은 곧 돈이다”. 냉정한 프로 스포츠 세계의 현실을 말해주는 문장이다. 운동선수들은 프로라는 높은 장벽에 진입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지만 프로에 진입하고부터 진짜 냉정한 프로 세계를 맛보게 된다. 어쩌면 이전에 프로가 되기 위해 했던 노력에 몇 배를 더해야 유명세를 얻을 수 있고 더 나은 실력을 선보여야 프로 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돈방석에 앉을 최소한의 조건이 충족된다.
우리나라보다 더 나은 인프라를 가진 해외에서는 잘하는 선수와 못하는 선수 간의 대우와 연봉 차이가 훨씬 크지만, 우리나라 역시 해외에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잘하는 선수와 그렇지 못하는 선수 간의 연봉 차이는 눈에 띄게 뚜렷하다. 특히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그런 부분이 더욱 도드라진다.
프로야구 최저 연봉
1년마다 바뀌는 연봉

현재 한국 프로야구 최저연봉은 3,000만 원이다. 지난해 2,700만 원이었던 최저연봉이 11.1% 인상되면서 가장 적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도 3,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프로 야구 선수들은 FA가 되기 전까지는 1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매년 활약 여부에 따라 연봉의 변동폭이 크다.
특히 신인 선수들의 경우 최저연봉을 받다가 해당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이면 다음 시즌 연봉 협상에서 어마어마한 연봉 인상률을 기록하면서 억대 연봉을 받는 경우도 많다. 올 시즌은 두산의 정철원이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최저연봉에서 억대 연봉을 예약하고 있다. 반면, 좋은 활약을 펼치며 높은 연봉을 받다가도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 연봉이 곤두박칠 친 선수들도 있고 FA 계약을 맺고도 계약이 끝나 방출되는 경우도 있다.
삼성 왕조 이끈
특급 좌완 차우찬


최근 10년간 김광현, 양현종과 더불어 한국 야구의 대표적인 좌완 투수로 거듭난 선수가 있다. 바로 차우찬이다. 차우찬은 2006년부터 삼성에서 삼성라이온즈의 ‘왕조’를 이끈 투수였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두 자릿수 승수만 5번을 기록하는 등 총 70승을 올렸다. 한국 시리즈 통산 평균자책점이 2.08일만큼 큰 경기에도 강했다.
국가대표로도 2013 WBC, 2014 인천 아시안게임, 2015 프리미어12, 2017 WBC, 2019 프리미어12, 2020 도쿄올림픽까지 개근하다시피 뽑히며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 투수로 활약했다. 국가대표팀 통산 성적도 17경기 21⅔이닝 3승 평균자책점 1.25로 뛰어났다.
FA로 LG 이적
발목 잡은 부상


2016년까지 삼성의 왕조에서 맹활약한 실적을 바탕으로 2017년 LG와 4년 84억 원의 FA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19년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는 등 이닝이터의 면모를 보이며 LG의 핵심 멤버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듬해부터 나타났다. 거듭된 부상에 고전을 면치 못한 것.
2020년 7월 말 이후 어깨 부상으로 이탈하며 5승 5패 64이닝 평균자책점 5.34에 그쳤다. 이러한 부상 탓에 2021년 2월에야 두 번째 FA 계약을 맺었는데 2년 20억 원에 다시 계약을 맺었다. 대신 안전장치를 단단히 했다. 부상 이력이 있었기에 LG는 2년 치 연봉은 6억 원뿐이었고 옵션만 14억 원이었다. 재기에 대한 우려를 담은 계약이었다.
그러나 LG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차우찬은 2년 동안 어깨부상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2021 시즌 전반기 5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까다로운 왼손이라는 이유로 도쿄올림픽 대표로 발탁을 받았다. 하지만 긴 재활을 끝내고 복귀하자마자 올림픽에서 무리를 한 탓일까, 130km대 초반까지 급락한 구속은 회복되지 않았고 결국 7월 5일 1⅓이닝 5실점을 끝으로 LG에선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95억 FA에서
5,000만 원 연봉

결국 차우찬은 지난해 9월 미국으로 넘어가 수술을 받았고 올해 재활을 하느라 1군에 모습을 비치지도 못했다. 시즌을 끝내자 젊은 투수들이 많은 LG는 차우찬과 더 이상 계약하지 않으며 방출 명단에 올렸다. 부상으로 한 순간에 무너진 차우찬에게 손을 내민 구단은 롯데였다. 롯데는 재기 희망에 5,000만 원을 투자했다.
차우찬은 통산 112승 79패 1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점 4.51의 베테랑이다. 어깨만 좋다면 1군의 불펜 또는 선발 요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어린 투수들의 현장 선생님으로 가치도 높게 평가했다. 여전히 팔꿈치 부상 경력과 떨어진 구속 등 불안한 요소들이 많지만 그렇기에 5,000만 원에 차우찬과 계약한 것.
차우찬을 향한 기대는 여전하다. 내년 시즌 개막전 기준 롯데 선수단 전체를 통틀어 유일한 좌완 불펜투수기 때문이다. 차우찬은 내년이면 36살의 나이로 FA 대박도 쳐보고 우승 반지도 껴본 이룰 것을 다 이뤄본 베테랑이다. 그런데도 한때 100억 원 안팎의 돈을 벌던 선수가 단 5,000만 원에 사인했다는 점은 재기에 대한 자신감과 포기하지 않는 열정을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