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휴식기 끝난 EPL
‘박싱데이’부터 시즌 재개
12월 26일 유일한 경기

출처 : 연합뉴스

역사상 처음으로 전례가 없던 겨울 월드컵인 카타르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이번 월드컵은 보통 여름인 6월에 열린 월드컵과 달리 카타르의 더운 날씨 탓에 처음으로 11월에 개최된 월드컵이었다. 그 때문에 겨울에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유럽 리그도 코로나 이외의 이유로 강제로 시즌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12월 19일 열린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결승전을 끝으로 월드컵이 막을 내렸고 이제는 중단됐던 유럽 리그도 다시 기지개를 켤 준비를 끝마쳤다. 유럽 5대 리그 중 가장 먼저 시즌을 재개하는 리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다. 프리미어리그는 26일 토트넘과 브렌트포드전을 시작으로 또다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프리미어리그 전통의
EPL 박싱데이

출처 : 뉴시스

사실 프리미어리그가 다른 리그보다 리그 일정을 빨리 시작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박싱데이’ 때문이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유럽 5대 주요 리그 가운데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12월 26일에도 축구를 하는 유일한 나라다. 영국은 크리스마스 다음 날을 공휴일로 지정했는데 축구와는 별개로 이날의 이름을 박싱데이라고 부른다.

보통 EPL은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에 공식 경기를 갖고 클럽팀이나 팀 소속의 선수들이 치러야 하는 유럽연맹의 경기나 각국 대표팀 경기 일정 때문에 일부 주중에 경기가 펼쳐지기도 한다. 또한 12월 26일 ‘박싱데이’에는 어김없이 프리미어리그는 경기를 펼친다. 국내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일명 ‘빡센데이’라 불리는데 EPL 박싱데이는 축구 마니아들에게는 마치 성탄절 선물과도 같다.

영국 전통의
박싱데이 유래

출처 : 뉴스1
출처 : 연합뉴스

영연방 국가에서 열리는 박싱데이(Boxing day)는 크리스마스에 듬뿍 받은 선물 포장을 뜯는 날이라는 말에서 유래됐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 상류층에선 성탄절 다음날 자신들의 하인에게 옷과 고기, 와인 등을 담은 상자를 선물했고, 교회에선 성탄절 예배를 마친 뒤 헌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달하면서 박싱데이에 의미를 더했다.

이후 시간이 더 흐른 뒤에는 가게나 저택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담은 박스를 돌렸고, 우편 배달부 등에게도 이 박스를 나눠주기도 했다. 이처럼 박싱데이의 박스는 선물을 의미하는 박스(box)를 뜻한다. 권투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특히 박싱데이에는 프리미어리그는 물론,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 북아일랜드 프리미어십 리그의 경기가 펼쳐지고 럭비 경기도 펼쳐진다고 한다.

축구 팬 최고의 선물
성탄절 다음날 경기

출처 : 뉴시스

축구가 가장 큰 인기를 끄는 영국에선 과거부터 성탄절 다음날인 박싱데이에 축구 리그 경기를 치르는 전통이 있다. 이는 잉글랜드뿐만 아니라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모두 공통된 전통이다. 한국에서 설이나 추석 명절 때 씨름을 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특히 박싱데이는 주말과 평일에 상관없이 무조건 경기가 잡힌다.

EPL이 유독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연말이면 선수들의 혹사 논란이 일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일, 주말 경기와 주중 박싱데이가 섞이면 일주일에 많게는 최대 3경기를 치르는 죽음의 일정이 완성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축구 리그이기에 대다수 축구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휴식기 없는 EPL
가장 바쁜 연말 일정

출처 : 인터풋볼

EPL은 다른 리그와 다르게 특히나 연말 휴식기가 없어 박싱데이 이후 계속되는 리그와 컵 대회 일정으로 12월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1월 초까지 3~4일 간격의 빡빡한 일정이 이어진다. 실제로 과거엔 48시간도 못 쉰 채 두 경기를 하루건너 치르는 팀이 발생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물론 아주 드물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2016년 박싱데이는 월요일이었는데, 이 때문에 박싱데이 경기가 주말 경기와 묶이면서 일주일 간격으로 경기가 열렸다. 이번해 박싱데이도 특수 케이스다. 이번년도 박싱데이도 월요일이 되면서 만약 시즌이 그대로 진행됐다면 주말 경기와 묶이면서 일정이 수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월드컵 휴식기가 겹치면서 이미 휴식기 이전에 타이트한 일정을 소화했기에 예년과는 다르게 바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지는 않아도 된다.

박싱데이 주간은 EPL의 한 해 농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도 통했다. 시즌의 절반을 관통하는 시점인 데다 선두권과 중간층 그리고 하위권의 격차가 어느 정도 벌어져 향후 순위 예측이 가능했다. 현지에선 이를 두고 박싱데이 테이블로 부르기도 했다. 박싱데이가 끝난 뒤 하위 3개팀이 내년 시즌 2부리그로 강등될 확률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고된 일정
코리안리거 박싱데이 활약

출처 : 연합뉴스

이처럼 매년 EPL 지옥의 일정으로 불리는 12월 말 박싱데이 주간은 축구 팬들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기간이지만 짧은 기간 동안 여러 경기를 치러야 하는 선수들에게는 1년 중 가장 힘든 기간이다. 그렇기에 대다수 팀들이 선수들 체력 안배를 위해 로테이션을 가동하기도 한다.

EPL에서 뛴 코리안리거도 박싱데이와 인연이 깊다. 특히 박지성은 ‘박싱데이 사나이’로 불릴 정도였다. 2005년부터 2008년을 제외하고 매년 박싱데이 경기에 나서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며 한국 축구 팬들에게 선물을 준 바 있다. 토트넘의 손흥민도 박싱데이에 공격포인트를 많이 쌓으며 손흥민과 산타클로스의 합성어인 ‘손타클로스’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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