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닮은꼴 K리그 심판
선수시절 차두리와 겨루기도
정상에서 만나길 원해

지난 19일 아르헨티나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이번 월드컵은 유독 이변의 연속이었는데, 한국과 일본, 호주 16강 진출은 물론 모로코가 4강에 오르는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던 순간이었다. 이는 전 세계 축구팬들의 환호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물론 몇몇 심판들의 판정 논란은 선수들을 비롯한 축구 팬들을 패닉에 빠트리기도 했다. 이에 한국프로축구 K리그 심판에 자연스럽게 이목이 집중됐는데, 그중 한 명의 심판이 유독 눈에 띈다. 그는 다행히도 판정 논란이 아닌 다른 이유로 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과연 무엇 때문인지 아래에서 알아보자.
김민재 투잡 논란
알고보니 K리그 심판

올해 1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김민재 투잡 뛰나요? 새벽에 튀르키예에서 경기 뛰더니 저녁에는 K리그 심판을 보고 있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는 김민재가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의 나폴리로 이적하기 전에 올라온 글로, 당시 페네르바체에서 뛰던 김민재를 보고 쓴 것이다.
그렇다면 해당 글에 언급된 K리그 심판은 누구일까? 바로 K리그에서 주심으로만 166경기를 본 베테랑 정동식 심판을 말하는 것이다. 작성자는 이 둘의 생김새가 똑닮은 것을 보고 재치 있는 표현으로 글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이후 정동식 심판이 축구 경기에 나설때면 ‘김민재 또 투잡뛰네’라는 댓글이 달리곤 하는데, 결국 한국 매체가 나서 그를 취재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그는 인터뷰에서 “나이로 보면 내가 김민재를 닮은 게 아닌 김민재가 나를 닮은 것이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사실 김민재와 닮았다고 생각을 한 적은 없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나 친구들이 ‘김민재 닮았다’는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의아하곤 했다”며 “그러다 작년쯤 헤어 스타일을 바꾼 뒤 닮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비슷한 헤어 스타일을 의도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동식 심판은 해외 축구팬들로부터 김민재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는 “한국이 브라질과 이집트와 평가전을 가졌을 당시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갔는데, 경기장 앞에서 ‘김민재 아니야?’, ‘김민재 맞네?’라며 팬들이 몰려왔다”고 밝혔다. 이에 정동식 심판은 ‘저 아닙니다’고 답했더니 오히려 ‘거짓말 마세요’라고 팬이 물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심판하기 전 선수로 활동
김민재와 같은 중앙수비수

그런데 정동식 심판과 김민재가 닮은꼴이 하나가 더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정동식 심판은 대학 3학년 때까지 축구선수로 활동한 바 있는데, 공교롭게도 김민재와 마찬가지로 중앙수비수였다. 그는 선수 시절 몸싸움과 태클을 하는 등 몸으로 부수는 스타일이었다. 고교 전국대회에서는 전 축구 국가대표인 차두리와 이천수를 마주친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직접 부딪혀본 차두리는 워낙 빨라 막지 못했다고 운을 뗐는데, 몸이 다부진 것은 물론 힘과 멘탈이 강했다고 차두리와 경합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또한 이천수의 발에 관자놀이를 맞아 실려나간 적이 있다고 씁쓸했던 추억을 꺼냈다.

그러다 정동식 심판이 선수를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한 것은 ‘내가 선수로 K리그나 국가대표에 갈 수 있을까’라는 불투명한 미래 때문이다. 다만 축구가 정말 좋았고, 축구와 관련된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결국 스물 한 살이던 해에 축구를 그만두고 심판으로 전업하게 됐는데, 2001년에 대한축구협회(KFA) 심판자격증 3급을 딴 뒤 이듬해에 2급, 2003년에 1급을 땄다고 말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정상에서 만나자고 말해

한편 지난 시즌 K리그에서는 심판 판정 논란이 늘면서 팬들로부터 신뢰가 떨어진 바 있다. 이를 두고 정동식 심판은 “오심이나 징계를 받으면 배정이 정지되는데, 연말 평가 때 하부리그로 강등된다”며 “저 역시 2013년 2부에서 시작해 2015년 1부로 올라왔다가, 징계로 인해 2017년에 강등된 바 있다. 2020년에 다시 1부로 올라오면서 매 경기 오심을 하지 않게 노력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양팀 지도자나 팬들이 별다른 항의 없이 ‘수고 했습니다’고 조용히 격려해주면, 만족할 만한 경기였다는 뜻이다”고 했다. 정동식 심판은 김민재와 닮은꼴로 축구 팬들로부터 받는 관심에 감사하지만 한편으로 부담된다고 조심스러움을 전했다.

정동식 심판은 “경기 후에 같이 사진 찍자는 팬들도 계시는데, 심판이라는 직업이 욕 먹는 직업이기 때문에 늘 조심한다.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고 솔직한 심경을 말했다. 끝으로 김민재를 향해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함으로써 심판과 선수로 정상에서 만납시다”고 응원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