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중계 꼴찌한 KBS
구자철로도 못 살렸다
이승우 덕에 웃은 SBS

사진출처 – KBS

지난 19일 아르헨티나가 프랑스를 꺾고 우승컵을 들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의 막이 내렸다. 이는 자연스럽게 국내 TV 지상파 3사의 중계 시청률에 관심이 집중됐는데, 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던 MBC가 전 부문 시청률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지상파 3사의 시청률 차이가 크지 않았으나, 이번 월드컵의 경우 MBC가 압도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것. 여기에는 마지막 월드컵 해설위원으로 나선 안정환의 재치 있는 입담이 큰 영향을 미친 듯 보인다. 안정환은 가나전에서 김진수가 부상을 당하자 “대신 피를 흘려주고 싶네요”라고 말하는 등 시청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공감 해설을 선보였던 것이 신의 한 수라는 의견이 많다.

SBS 역시 박지성과 현역 K리그 선수 이승우(수원FC) 그리고 배성재 캐스터를 앞세워 비교적 준수한 성적을 거뒀는데, KBS는 축구계에서 달변으로 유명한 구자철(제주 유나이티드)을 내세웠음에도 참담한 시청률로 마감했다. 이에 카타르 월드컵 기간 중 사상 처음으로 KBS 스포츠 국장이 경질돼 충격을 안겨줬다.

한국 대표팀 4경기
모두 최하위 기록

사진출처 – 연합뉴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KBS는 한국 경기 중계에서 모두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24일 있었던 우루과이와의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KBS는 시청률 7.7%로 집계됐는데, MBC는 18.2%, SBS는 15.8%로 2배 넘는 시청률 차이를 보였다. 가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은 MBC가 20%, SBS가 12.8%를 기록한 반면 KBS는 6.3%에 머물며 더욱 격차는 커졌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포르투갈전 시청률은 MBC가 16.9%, SBS가 11.2%로 집계됐다. 이러한 수치는 KBS가 반등의 기회를 얻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앞선 2사와 함께 4.4%로 떨어진 시청률이 확인됐다. KBS의 추락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16강전인 브라질전은 2.7%를 기록한 것. 물론 밤에 치렀던 이전 경기와 달리 16강전이 오전 4시에 진행됐다는 점에서 떨어진 시청률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앞선 경기들의 경우 다른 방송사보다 현저히 낮은 시청률은 설명할 길이 없다.

사진출처 – KBS

결국 KBS는 3사 중 최하위 시청률을 기록한 것에 대해 지난 18일 방송 중계 최고 운영자인 김기현 스포츠 국장을 인사조치했다. 이어 김봉진 스포츠 부장급 기자를 신임 스포츠 국장에 발령했는데, 김기현 스포츠 국장은 1년이 채 되기도 전 자리를 내놓게 된 것이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에도 KBS는 가장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월드컵이 끝난 뒤 스포츠 국장을 경질했다. 이번 사태로 KBS 사상 월드컵 기간 중 스포츠 국장을 교체한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카타르 리그 뛰었던 구자철
벤투 감독과 인연도

사진출처 – SBS

KBS는 이번 월드컵이 카타르에서 열리는 만큼 여름이 아닌 겨울에 열리는 것에 초점을 맞췄고, 잠시 카타르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는 구자철을 메인 해설위원에 맡겼다. 이는 월드컵 현장을 직접 누빌 여유가 없는 시청자들을 대신해 그 아쉬움을 덜어줄 ‘생생한 가이드’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

지난 10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구자철은 “월드컵 해설은 제주에 입단하기 전부터 결정한 사안이다. 다행히 K리그와 시기가 겹치지 않아 편한 마음으로 해설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 A매치 경기에서 객원 해설위원으로 그 능력을 선보인 것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구자철은 “그때 정식 해설보다는 인터뷰하는 느낌이었다. 해설이 처음이나 마찬가지라 많은 단련이 필요하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사진출처 – KBS
사진출처 – 연합뉴스

현지 환경을 경험한 것과 함께 구자철이 내세운 무기는 해설위원 중 유일한 현역이라는 점이다. 궁금한 점이 생길 때면 대표팀 선수들에게 직접 물어보며 얻은 정보를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파울루 벤투 감독과의 인연도 언급했는데, 구자철은 “4시간 정도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떤 부분을 답답해하는지 알게 됐다”고 카타르에서 벤투 감독을 만났을 때를 회상했다.

넘지 못할 안정환
또 다른 복병 이승우

사진출처 – MBC

안정환은 활발한 예능 프로그램 활동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익숙하고, 전문 예능인과 같은 순발력과 센스를 장점으로 인정받고 있다. 구자철이 아무리 달변으로 유명하다 해도 안정환을 뒤쫓아 가기에 무리가 있었다. 그런데 또 다른 복병이 나타난 것. 바로 C조 조별리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르헨티나 경기부터 SBS 해설위원으로 합류한 이승우다. 이는 구자철이 유일한 무기라고 말했던 ‘현역 해설위원’의 메리트가 사라진 셈이다.

여기에 이승우는 월드컵 기간 내내 많은 어록을 탄생시켰는데, 현역 선수답게 전문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경기 분석력을 뽐냈다. SBS 해설위원으로 함께한 박지성에게는 “감독하실 생각이 없냐. FIFA 회장이라도 하셔야지 않냐” 등 시청자의 궁금증을 대신 물어봐 주는 역할로 웃음을 더해 젊은 연령층의 지지를 받았다.

사진출처 – SBS

한편 일각에서는 KBS가 1TV 대신 2TV에서 월드컵을 중계한 것이 스스로 비교우위를 낮췄다는 평가도 있다. 2TV에서 중계를 한 이유는 광고 방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 대표팀이 16강 진출을 성공해 방송 3사 모두 수익면에서 흑자를 거뒀으나, KBS는 시청률에서 쓴 패배를 맛봐 최고 책임자를 경질하는 상황을 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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