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리그에 쩔쩔맨 웨스트햄
교체로 경기 투입된 훌리건
사전등록 없이 출전 금지

정식 등록된 선수가 아닌 관중이 경기에 뛰고 있다

답답한 축구 경기를 관람하다 보면 많은 이들이 ‘그렇게 뛸 거면 내가 더 잘하겠다’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볼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난 적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과거 기성용이 자신의 SNS에 “답답하면 니들이 뛰든지”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진짜로 일어난 바 있다.

이는 EPL에 속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FC의 전설로, 경기를 보러 온 웨스트햄 관중들 중 한 팬이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된 이야기다. 과연 어떻게 선수가 아닌 팬이 경기를 뛸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이후의 일에 대해 알아보자.

답답하면 직접 뛰든지 말에
진짜로 경기 뛰어든 관객

1994년 웨스트햄에서 코치로 활동한 레드냅

1994년 웨스트햄은 프리시즌을 맞아 3부 리그에 속한 옥스퍼드 유나이티드와 친선 경기를 열었다. 이 경기는 리그 개막을 앞두고 팀의 전력을 체크하고 주요 선수들의 컨디션을 살피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관중석에서 전반전이 치러지는 내내 웨스트햄 공격수 리 채프먼을 향한 욕설이 해리 레드냅 코치의 신경을 건든 것.

해당 관객은 채프먼에게 “그것밖에 못해? 일어나 당나귀 같은 녀석아”, “그러고도 EPL 선수야? 쓸모없는 녀석”, “내가 뛰어도 그것보다 잘한다” 등의 도가 지나친 응원을 퍼부었는데, 듣다 못한 레드냅이 “당신이 뛰면 채프먼보다 잘 할 수 있냐”고 되물었다. 이에 관중은 “당연하지. 그 당나귀 녀석보다 내가 백배 나을 것이다”고 답했고, 레드냅은 “그럼 어디 한 번 뛰어서 증명해봐라”며 유니폼을 건 냈다.

프리미어리거 상대로 득점
웨스트햄에 승리를 선물

관중을 경기에 투입하는 레드냅

레드냅의 걱정과 우려를 깨고 후반전이 시작된지 얼마지나지 않아 그 관중이 골을 터뜨렸다. 이로써 일반 관객이 프로 경기에서 득점을 하는 축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현장에 있던 기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는데, “저 선수가 누구냐”고 묻는 질문에 레드냅은 “불가리아 국가대표 출신 티티셰프다”라며 거짓말까지 했다.

후에 토크쇼에 출연한 레드냅이 “티티셰프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지어낸 이름일 뿐이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관중을 경기에 투입시킨 것에 대해 “화가 나서 그랬던 것이 아니라 채프먼이 부상당한 상황에 교체가 필요한 선수가 많았다”며 “후보선수들을 집어넣어도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 소리치던 관중이 떠올라 그랬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웨스트햄 구단 역사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해프닝

토크쇼에 함께 출연한 레드냅과 그때 그 관중

한편 관중석에서 있다가 경기를 뛴 관중에게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다. 그는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처음 5분은 숨조차 쉬지 못했는데, 경기 속도는 상상했던 것과 너무 달라 내가 했던 말들을 후회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을 차려보니 환호성이 들렸고, 내가 득점한 것에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렇다면 이후에도 이런 일이 있었을까? 아쉽게도 이 사건 이후 ‘선수등록법’이라는 규정이 생겨남에 따라 친선 경기는 물론 정규 경기에서 사전에 등록되지 않은 선수가 경기를 뛸 수 없었다. 이에 지금까지도 웨스트햄 구단 역사에서 잊지 못할 해프닝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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