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해외파
대부분 골키퍼 J리그 출신
불붙은 한국산 GK 일본행

역사상 두 번째 월드컵 원정 16강 신화를 작성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월드컵은 모든 축구 선수들의 꿈의 무대일 뿐 아니라 자신의 기량을 전 세계에 선보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큰 무대에서 좋은 활약으로 경쟁력을 입증한다면 더 큰 무대와 좋은 클럽으로 이적하기 쉽다.
월드컵이 끝난 후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이적설이 돌고 있는 선수는 조규성이다. 조규성은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쓰며 한 경기 멀티 골을 기록하는 등 세계적인 수비수들 사이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좋은 활약으로 다수의 유럽 클럽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유럽파가 점점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한국 골키퍼들의 유럽 진출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전북 주전 골키퍼
송범근 J리그행

월드컵 경기에 출전하지는 않았지만, 최종명단에 합류해 월드컵 전 경기 일정을 함께한 송범근이 월드컵 이후 가장 먼저 이적 소식을 알려왔다. 송범근은 K리그 전북 현대 주전 골키퍼로 지난 18일 J리그 쇼난 벨마레로 이적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2018년 전북에 입단한 송범근은 167경기에 출전해 140골을 실점했고 지난 4년간 전북의 리그 4연속 우승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이다.
차세대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할 송범근은 2018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로, 2020년 도쿄 올림픽 8강 멤버이기도 하다. 연령별 대표를 거치며 주전 골키퍼로 활약한 그는 K리그 최고 클럽 전북 현대에 입단해 꾸준하게 기량을 쌓았다. 송범근은 “전통과 역사를 지닌 쇼난으로 이적해 기쁘다”면서 “새 클럽과 동료들, 팬들과 함께 감동적인 역사를 만들어가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국 골키퍼들 향한
J리그 구단 러브콜

한국 골키퍼 중 최대어로 뽑히는 송범근이 J리그로 이적한 가운데 송범근뿐만 아니라 연령대별로 기량을 인정받은 한국산 골키퍼들이 일본 J리그 구단들의 집중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다. FC서울의 양한빈, 대구FC의 구성윤, 한양공고의 박의정까지 모두 J리그 구단들이 한국 골키퍼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비록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합류하지는 못했지만, 과거부터 꾸준히 대표팀에 선발되어 왔던 구성윤은 군입대를 위해 K리그로 건너와 대구에서 활약했는데 제대와 함께 친정팀 삿포로로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구성윤은 삿포로에 몸담던 시절 경기력과 팀워크, 팬 친화력에서 모두 정상급 선수로 주목받았다. FC서울의 수호신 양한빈도 세레소 오사카와 막바지 협상 중이라고 알려져 J리그 진출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과거부터 많았던
J리그 한국 골키퍼


사실 한국 골키퍼들이 일본 J리그로 이적하는 것은 과거부터 자주 있던 일이다. 국가대표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던 정성룡은 2016년부터 현재까지 가와사키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대표를 거쳤던 김진현과 이범영, 구성윤, 그리고 이번 월드컵에서 주전 키퍼로 활약한 김승규까지 모두 J리그에서 활약했고 김진현은 현재까지도 활약 중이다.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전북 현대의 수호신으로 활약했던 권순태도 2017년부터 가시마로 이적하며 현재까지 소속팀에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송범근과 구성윤의 J리그행으로 현재 일본에서 뛰는 한국인 골키퍼만 무려 6명이다. 여기에 이적설이 불거지고 있는 양한빈과 박의정까지 일본으로 향한다면 8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골키퍼는 특수 포지션으로 한 번 주전으로 자리 잡게 되면 웬만해서는 출전이 보장된다. 그렇기에 주전 선수가 이적하거나 장기 이탈을 하게 되면 팀에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런데 K리그에서만 주전급 선수가 3명이나 이탈하게 되면서 이번 이적시장에서 골키퍼들의 연쇄 이동이 불가피해진 것. 그렇다면 J리그에서 한국 선수들을 선호하는 이유와 한국 골키퍼들은 왜 유럽이 아닌 일본으로 향하는 것일까?
뛰어난 신체 능력
급이 다른 연봉 수준


6년 전부터 J리그에 한국 골키퍼가 늘어난 이유는 우선 일본에서 보기 드문 체격 조건과 순발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비교적 작은 신장인 일본 키퍼들과 달리 한국 골키퍼는 190cm 이상의 체격에서도 수준급 방어력을 보여준다. 한 축구 전문가는 “J리그 내부적으로 좋은 골키퍼를 찾기 힘들고 무엇보다 한국 골키퍼들을 영입한 팀들은 영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며 구단들 사이에서는 트렌드가 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한국인 특유의 적극적인 성격과 친화력도 한국 골키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이유다. 포지션 특성상 수비수들과의 호흡이 중요한데, 이제껏 일본에 진출한 선수들은 특유의 적극적인 성격을 앞세워 팀 분위기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원래 필드 플레이어들의 꿈은 유럽 진출이다. 그러나 유럽에선 아시아 키퍼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 골키퍼의 최적의 선택지는 일본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비슷한 수준의 리그라 할지라도 K리그에 비해 연봉을 2~3배를 더 받을 수 있다. J리그 머니 파워에 K리그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물론 해외에서 활약하는 골키퍼들이 늘어나는 건 경쟁력을 위해 나쁘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K리그 경쟁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K리그 내 스타플레이어 부재는 팬들의 외면, 흥행 부진 등 악순환의 요소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